나는 소리입니다
— 요한복음 1장 19~23절 묵상
태초에 말씀이 계셨습니다.
그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그 말씀은 곧 하나님이셨습니다.
이 말씀으로 말미암아
세상의 모든 것이 지음을 받았고요,
존재하는 것 가운데
말씀 없이 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말씀 안에 생명이 있었는데요,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빛,
끝까지 사람을 비추는 참된 빛이었죠.
그 참 빛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었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고
자기 백성들조차 영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참 놀라운 일도 있었습니다.
그 이름을 믿고 받아들인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혈통이나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가 되는 권세를
선물로 받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마침내
그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습니다.
그분 안에는 은혜와 진리가
조금도 부족함 없이 충만했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광야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던 인물,
세례 요한이었죠.
사람들이 그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그리스도입니까?”
“당신이 우리가 기다리던 선지자입니까?”
그러나 요한의 대답은 분명했습니다.
아닙니다.
나는 주인이 아닙니다.
나는 주연도 아니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메시지도 아닙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입니다.”
길을 여는 사람도 아니고요,
길의 목적지도 아닙니다.
다만 주님의 길을 곧게 하라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깨우는
하나의 소리일 뿐입니다.
소리는 머물지 않습니다.
소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죠.
소리는 잠시 울리다 사라지지만,
말씀은 끝내 남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중심이 아니라는 것,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
그저 말씀을 가리키는
지나가는 소리라는 사실을요.
이 말씀 앞에서
오늘 우리의 자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혹시 소리로 살기보다
주인이 되려 하지는 않았을까요?
말씀을 전하기보다
내 생각을 앞세우고,
주님을 드러내기보다
나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는 않았는지
조용히 마음에 물어보게 됩니다.
주님,
오늘도 제가
말씀이 아니라 소리로 살게 하소서.
주님보다 앞서지 않게 하시고,
주님을 대신 말하지 않게 하시며,
주님을 가리는 존재가 아니라
주님을 가리키는 인생이 되게 하소서.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리를 지나
말씀을 만나게 하소서.
오늘도
저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이 소리의 주인은
오직 주님이십니다.
아멘.